진통제 안전성 논란이 뜨겁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소염제(NSAIDs)를 과량, 중복, 장기 복용하면 소화불량부터 위장출혈, 관상동맥혈전증 등 심혈관계 이상까지 유발할 수 있고, 아세트아미노펜은 음주 후 과량 복용하면 간 손상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들 약물은 가정 상비약으로 비교적 안전한 약이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식약청에서 경고를 강화하는 이유는 안전하다고 생각해 방심하고 복용법과 용량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타이레놀을 예로 들어보자. 타이레놀은 단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는 달리 어린이와 임신부, 산모, 일부 만성 질환자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그러나 최근 FDA와 식약청에서 타이레놀의 정해진 하루 복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유는 건강한 사람과는 달리 노인과 쇠약자, 심한 간경화증 환자나 심한 신부전증 환자가 많이 먹으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약도 복용법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거나, 독으로 변해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간 독성 부작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젊고 건강한 성인은 하루 4,000㎎까지 복용하면 부작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타이레놀 한 알이 500㎎이므로 하루 8알까지 복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인과 쇠약자는 하루 2,400㎎까지만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타이레놀은 숙취로 인한 두통 해소를 위해선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매일 음주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폐학회나 류마티스연구소에서는 1차 요법으로 타이레놀을 추천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통증 완화를 위해 타이레놀을 먹는다면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올바른 용법과 용량을 지키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이부프로펜 등 모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단기간 사용하면 큰 부작용이 없지만 장기간 사용하거나 과량 복용하면 위장출혈과 응고장애, 신장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동맥경화증이 있는 노인에서 이들 약은 심장이나 뇌혈관에 치명적인 혈전을 유발 할 수 있다고 미국 FDA는 경고하고 있다.
이밖에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먹는다면 하루 적정량을 초과할 위험이 있으므로, 진통제의 주 성분 정보는 물론 정확한 복용량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장기간 먹거나 많은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 등과 상의해야 한다.
어떤 약이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특히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정 상비약이므로, 올바른 용법과 용량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문동언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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