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수술 후 겪게 되는 극심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국내 병원에서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순천향의대 이준호 교수(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가 최근 국내 68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급성통증관리(Acute Pain Service; APS)를 운영하는 곳은 27%에 불과했다. 그나마 APS가 대부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단독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별도의 조직 없이 모두 마취통증의학과에 소속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 순천향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통증관리 프로토콜을 갖춘 병원도 전체의 약 52%에 그쳤다. APS에 대한 정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은 의사의 경우 약 20%, 간호사는 약 24% 정도에 불과했다. 환자의 통증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병원은 과반을 훨씬 넘는 약 78%였는데, 그나마 평가 이후 지속적인 재평가가 이뤄지는 병원은 69%에 불과했다.
통증조절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자가통증조절장치(Patient-Controlled Analgesia)의 경우, 조사 대상 병원 모두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아의 경우 약 36% 병원만이 PCA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준호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APS 현황은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하면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며 "특히 정기적인 환자 통증에 대한 평가, 24시간 환자와 접촉이 가능한 효율적인 인력 배치, 급성 통증 관리에 대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도입, 의료진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소아 통증에 대한 능동적인 접근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통증관리란 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을 적절히 다루기 약물치료 등 일련의 조치로서 1990년 영국에서 APS도입을 권고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적절히 치료되지 못한 수술 후 통증은 심부 정맥 혈전증·폐동맥 색전증·심근경색·불면증·인지장애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언 대한통증의학회 회장 |
이 교수의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은 19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3차 대한통증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한편 이날 열린 학술대회에는 약 800명의 회원이 모인가운데 36편의 논문과 49편의 포스터 발표 및 일반인을 위한 통증강좌 등이 열렸다.
학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학술상(상금 500만원)은 중앙의대 신화용 교수가 수상했다. 총회에서는 차기 학회장에 신근만 한림의댁 교수가 선임됐다. 임기는 내년 11월부터 1년간.
문동언 대한통증학회 회장(가톨릭의대)은 "환자의 통증은 산부인과·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정신과 등 거의 모든 과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학제적 통증 치료의 활성화를 위해 통증치료에 대한 수가 인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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