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이 모씨(32)는 환자에게 주사를 놓다 바늘에 손을 찔렸다. 살짝 따끔한 정도여서 무심히 지나쳤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찔린 자리가 붓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신경이 손상돼 단순한 진통소염제로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다. 바늘에 찔린 지 벌써 보름. 조금만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앞선다.
우리나라에서 만성통증이 주요한 질환으로 인식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이 질환을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아프면 참지…. 조금만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국민 습성 탓이 크다.
하지만 만성통증은 자칫 가벼운 증상으로 간과했다가는 병을 키워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 이 질환은 통증 자체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데다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어 통증과 우울증을 공회전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
문동언 대한통증학회 회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통증센터장)은 "통증은 주요한 건강문제"라며 "통증도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고,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성통증은 대부분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말초 및 중추신경 손상으로 인해 통증이 야기되며, 약물이나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허리수술 후 통증(PSSS)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 가장 흔한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특히 PSSS는 요추 수술 후 발생하는 지속적인 통증으로 수술에 성공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스치거나 살짝 꼬집어도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이 비정상적인 통증을 동반하고 손발이 차갑게 변하거나 붓고 땀이 나며, 힘이 빠지고 강직이 오는 운동기능 이상을 수반할 수 있다.
문 회장은 "만성통증은 보통 항경련제, 항우울제, 마약성 진통제 등 약물치료와 함께 물리치료,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며 "이 방법으로 통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신경차단 치료나 척수자극술 등 비약물 요법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통증치료법인 척수자극술은 통증이 말초신경을 통해 전달돼 중추신경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감각의 전달에 의해 감소될 수 있다는 의학적 가설에서 출발했다. 즉 통증이 발생하는 순간 척수 입구에 전기적 자극을 대신 유발해 실제 중추신경에 전해져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요법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전기자극의 세기를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자세 변화를 감지해 자동으로 세기를 조절해주는 시스템이 개발돼 이러한 불편함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 회장은 "만성통증 치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살짝 닿거나 찬물에도 아프면 곧바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래야 말초나 중추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되는 비가역적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경헬스 = 문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