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직장인 김아림(가명·35)씨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수소문한 결과, 배상철 한양대병원 교수(류마티스내과)가 해당 분야에서 ‘명의’로 통한다는 얘기를 듣고 진료 예약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병원 측에서 “대기자가 밀려 올해 안에는 진료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며 내년까지 기다리겠냐고 물어온 것이다.
배 교수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 예약해도 내년 7월에나 가능하다. 배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분야의 권위자로 명성이 높다. 병원 관계자는 “배 교수는 식사를 거를 정도로 진료를 보고 있지만 환자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라며 “환자들에게 다른 의사를 안내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의’를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의사들은 진료대기자가 수백명을 넘고 진료 대기기간이 1년 이상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통증치료의 대가인 문동언 서울성모병원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내년까지 환자 예약이 마감됐다. 내년 1월이 돼야 그나마 2014년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 ‘귀’ 분야에서 저명한 이원상 세브란스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내년 3월까지 진료예약 환자가 대기중이다. 수도권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이처럼 수개월씩 환자가 대기하고 있는 의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 증후군 환우회 회장은 “좋은 의사, 명의라고 알려진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욕구는 엄청나다”면서 “특히 생명에 위협을 받는 희귀난치성 질환 같은 중증인 경우 명의에게 진료 받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방 환자들에게 서울을 왔다가야 하는 비용부담도 덜고 긴급 상황이 생길 때 대처가 쉽도록 지역의 좋은 의사를 소개하곤 하지만 환자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방거주 환자들이 서울까지 ‘명의’를 찾아 상경하면서 비용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긴급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또 유명 의사의 경우 임상 연구, 학회 활동 등으로 환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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