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는 이 모씨(41)는 수년 전부터 날개 뼈(견갑골) 사이가 쑤시며 아팠다. 업무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으로 생각해 방치해왔다. 최근 통증으로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목덜미와 날개 뼈 사이 통증을 거북목 증후군과 근막통증으로 진단받고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받아왔지만 악화된 경우다.
목 디스크라고 하면 경추의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 탈출증'을 의미한다. 날개 뼈 사이와 목덜미에 쑤시는 통증이 특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목디스크 환자들은 승모근의 근육통으로 진단받고 잘못된 운동과 치료로 더욱 악화된다는 것. 실제 목덜미, 날개 뼈 사이의 통증을 승모근이 뭉친 근막통증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하지만 목디스크로 진단받는 경우가 흔하다. 근막통증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 정도가 심하고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하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모니터를 향해 목을 쭉 빼고 일을 하는 직장인은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빨리 일어나고 목 주변 근육과 인대에 이상이 생기며 목뼈가 앞으로 빠져나와 C자에서 일자로 펴지는 '거북목(일자목) 증후군'이 된다. 방치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디스크로 진행된다.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람, 싱크대 앞에서 아래만 보고 일하는 주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서 자는 사람에게도 잘 발생한다. 어깨의 회전근개 충돌증후근이나 파열 같은 어깨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특히 경추 5번과 6번 사이의 목디스크는 어깨 통증을 일으킨다.
문동언 박사(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대표원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명예교수)는 자가 진단으로 "디스크로 인한 어깨 통증은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혔을 때 날개 뼈 사이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어깨나 팔로 뻗친다"며 "팔을 머리 위쪽으로 올리면 통증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이어 "어깨의 회전근개 질환에 의한 어깨통증은 손등을 위로 향하게 하여 팔을 위로 쭉 뻗으면 어깨에 통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즉, 어깨 움직임과 관련해 통증이 생기면 어깨 자체가 통증의 원인이고, 목의 움직임과 관련되면 목디스크가 원인이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대개 허리통증보다 엉덩이와 다리에 뻗치는 통증이 주로 일어나는데, 목디스크는 팔보다 날개 뼈 안 쪽에 통증이 먼저 생기고 디스크가 진행된 경우에 어깨와 팔로 통증이 내려간다.
편두통 등 만성두통 환자에서도 날개뼈와 목덜미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견갑골과 목덜미 통증 자체만을 치료할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이 되는 두통자체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덴마크 코펜하겐 의대 의료진이 세계두통학회가 발행하는 '세팔라지아(Cephalagia)'에 201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 76.2%, 긴장형두통 환자 88.4%, 편두통과 긴장형두통을 동시에 갖는 환자 89.3%에게 목덜미와 승모근에 통증이 있다고 보고했다.
문 원장은 "편두통 등 각종 두통 환자의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뒷목과 목덜미 근육에 통증 유발점을 만들어 승모근이 딱딱하게 뭉치는 근막통증을 만들고, 이 통증 유발점은 역으로 기존 두통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목덜미 통증 유발점 치료 외에 두통 치료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진단으로 목덜미 통증 환자의 후두부를 손가락으로 누를 때 두통이 생기면 두통이 목덜미 통증의 원인이며,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히거나 움직일 때 목덜미가 아프면 디스크 등 목 자체가 목덜미 통증의 원인일 가능성이 많다. 목덜미 통증은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승모근 통증만 치료할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이 되는 두통 자체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문 원장은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히면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과 추간공이 좁아져 척수신경을 압박해 날개 뼈 사이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어깨나 팔까지 통증이 뻗치고 저리다. 특히 윗몸 일으키기, 철봉, 수영 및 요가 등 배에 힘을 주는 코어운동을 하면 추간판에 압력을 증가시켜 신경을 더욱 자극하므로 통증이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목디스크는 초기라면 자세 교정,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이 완화된다. 잘 낫지 않으면 주사치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주사치료는 디스크 탈출 부위 뒤쪽의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신경뿌리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치료다.
허리디스크 환자에겐 신경뿌리에 직접 주사치료를 할 수 있지만, 목의 신경뿌리 근처에는 뇌와 척수로 가는 혈관이 있어 위험하므로 신경뿌리에 직접 주사치료를 하지 않는다. 바늘 대신 카테터를 사용해 보다 안전하게 유착을 제거하고 신경부종을 줄여주는 '신경성형술(유착박리술)' 치료가 권장된다.
미국 텍사스텍 의과대학 통증센터 가보라츠교수가 개발한 방법으로 실시간 컴퓨터 영상장치를 보면서 특수 바늘을 거치하고 이 바늘 속으로 카테터를 통증의 원인인 신경 부위까지 접근시킨다. 국소마취제, 유착박리제 및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이어서 고농도 식염수를 2회 주입한다. 신경염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신경염증에 의해 신경이 엉겨 붙은 신경유착도 뜯어준다. 결국 신경에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고 산소와 영양 공급이 증가해 신경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직경 1㎜의 플라스틱 카테트를 사용하므로 혈관을 찌를 위험성이 없이 안전하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므로 나이가 많으신 분, 당뇨 및 고혈압 환자도 가능하다. 추간판 탈출이 여러 부위에 있는 경우도 5~10분 내 치료 가능하며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목디스크 통증 외 경추협착증, 경추성 두통, 경추수술 후 지속되거나 재발한 통증, 수술이 부담되는 환자에게 적응이 된다.
문 원장이 국제학술지 '페인 피지션(Pain Physicia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막외 신경주사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169명의 목디스크와 협착증 환자에게 신경성형수술을 실시하고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3개월~1년 사이에 수술 없이 통증이 완화됐다.
신경성형술 시술 3개월 뒤 환자 109명(64.5%)이, 6개월 뒤에는 96명(56.8%)이, 1년 뒤에는 89명(52.7%)이 50% 이상의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수술 권유를 받은 환자 46명 중 단지 3명의 환자만 수술을 받았으며 나머지 43명은 수술을 받지 않고 신경성형술로만 치료가 가능했다. 따라서 목디스크 수술을 받기 전 신경성형술을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수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탈출된 디스크 크기가 큰 경우와 디스크 자체가 목 통증의 원인인 '디스크 내장증'은 신경성형술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 튀어나온 디스크의 압력과 크기를 직접 줄여주는 '고주파수핵감압술'을 시행한다.
직경 1㎜ 두께의 특수 바늘을 탈출된 디스크 내에 직접 삽입한 후 바늘 끝에 고주파 열에너지를 내보내 튀어나온 디스크를 기화시켜 크기를 줄여주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하지만 탈출된 디스크의 크기가 크고 신경뿌리의 유착이 심한 경우라면 처음부터 고주파수핵감압술과 신경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추천된다. 척수가 눌려 마비가 진행된 경우나 근력 감소가 심한 경우는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견갑골, 목덜미 및 어깨 통증은 목의 근육, 디스크 및 관절 외에 만성두통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통증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 원인을 찾아 근본 치료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