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병원 1103호 입원실 김 모(59·주부) 씨는 오늘도 의사에게 떼를 쓴다. 김 씨는 연신 “못 참겠으니 진통제 좀 놔줘요.” “나 주사 안 맞으면 죽어.” 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 씨는 10년 전부터 허리통증을 앓았는데 최근엔 이 통증이 심해져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까지 들었다. 이후로 김 씨는 매일같이 진통제를 놔 달라며 성화를 부린다. 누가 봐도 김 씨의 심리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만성통증과 우울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성통증은 우울증을 낳고 우울증은 통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김 씨도 만성통증으로 인해 우울증 증상까지 보이는 것이다.
▲만성통증 환자 2명 중 1명 우울증 앓아
만성통증은 손상부위가 다 나은 후에 생긴 통증으로 치료가 힘든 만성질환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완치는 불가능하고 통증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그런데 치료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질환과 비교해 환자들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만성통증 환자 2명 중 1명은 치료 실패에 대한 좌절감,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 문동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만성통증 환자의 50%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보통 성인의 12%, 중환자 20~30%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높은 수치다”고 말했다.
▲우울증, 통증 민감도 높여
우울증은 통증에 관한 민감도를 높인다.
과거에는 잘 견뎠던 통증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만성통증이 깊어지는 것. 이럴 땐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우울증 같은 감정적인 문제를 잘 다스려야 신경치료나 물리치료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만성통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는 사람은 통증에 대해 과장된 절망감을 안고 있다”며 “통증의 자연적인 경과나 성질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통증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면 만성통증으로 인한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경진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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