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학술대회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원장이 '아시아·오세아니아 마취통증의학과 국제학술대회(AACA 2022)'에서 추간공성형술 시술법을 국내외 의사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약물과 물리치료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신경주사치료(신경차단치료)'가 필요하다. 신경뿌리가 엉겨 붙어 신경 주위에 유착이 있을 때는 플라스틱 카테터를 꼬리뼈로 삽입해 유착을 뜯어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신경뿌리 염증만 치료하는 신경주사치료와 달리 카테터의 탄력과 풍선을 이용해 직접 유착을 분리한 후 신경뿌리의 염증을 치료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하지만 신경 유착이 매우 심하고,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좁아졌을 때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로는 추간공성형술과 달리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인대를 긁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일반적으로 척추관을 넓혀주기 위해 뼈를 잘라내고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당뇨나 심장병 등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전신마취를 받고 큰 수술을 하는 것이 위험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원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명예교수)이 개발해 특허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 '추간공성형술 키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협착증 환자들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현재 여러 대학병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추간공성형술 키트는 지난 11월 10~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년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마취통증의학 국제학술대회(AACA 2022)'에서 문 원장이 국내외 의사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46개국, 약 3200명이 참가했으며 이들 중 680여 명이 해외에서 참석해 한국 의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문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추간공성형술 시술법을 소개하고 실제 환자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영상 자료와 시술 테크닉도 공유했다.
강의를 마친 후 실시간 대면과 비대면으로 활발하게 질문과 토론이 이뤄졌다. 척추관협착증에서 시행되는 새로운 비수술적 치료법에 대한 국내 통증학회 회원 외에 외국의 척추를 시술하는 의사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추간공성형술 키트는 무엇=추간공성형술은 특수키트를 옆구리 쪽 추간공으로 삽입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를 긁어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확보해주고, 신경의 유착을 뜯어냄과 동시에 관절 주위 뼈에 붙어 있는 흉터까지 뜯어내어 추간공과 척추관의 통로를 확장시키는 비수술치료법이다. 시술 후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지게 되면 교감신경 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돼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이 증가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경뿌리에 염증이 감소하고 하지 통증과 저림, 다리 시림이 개선되며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된다.
끝이 구부러진 기구를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해 치료하므로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신경 손상을 피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만을 골라 긁어낼 수 있다.
기존 비수술 치료법은 추간공이 좁아진 외측협착증 치료만 가능하지만, 이 치료법은 외측협착증 외에 척추 중심관이 좁아진 중추성 협착증까지도 치료가 가능하다. 기구 직경은 2.6㎜로 매우 가늘어 피부 절개 없이 국소마취로만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중 출혈이나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시간은 20분 내외로 매우 짧다.
문 원장은 "대부분의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보통 여러 마디의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동시에 좁아진 경우가 많은데 이 기구는 다른 기구와 달리 한 번 시술로 양측 3마디씩 6개의 추간공까지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이 키트에 포함된 풍선 카테터로 신경유착을 제거하고 신경염증을 치료해 척수신경의 운동성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이 때문에 단순히 추간공 크기만 키우는 추간공확장술과 달리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척추수술후 통증지속·재발환자에도 효과적…치료 성공률 74.5%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심하게 막혀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시술 후 효과가 없는 환자,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신경통로가 좁아진 환자, 척추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한 환자, 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고령 환자나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방전위와 척추불안정증이 심하거나 뼈돌기가 자라 협착증이 심해진 경우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문 원장은 20○○○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척추관 협착증(중추성과 외측협착증)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이용한 치료 성적을 발표했다. 치료 후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74.5%(110명 중 82명)는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거나 보행거리, 장애지수가 좋아졌으며, 78.2%의 환자는 치료 효과에 대해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한다고 했다. 일시적인 통증과 저림 등 부작용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 연구는 새로 개발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사용한 연구 결과여서 국내 통증학회 회원뿐만 아니라 외국 의사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는 2021년 권위 있는 통증 관련 국제학술지(Pain Physcian)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